“우리가 남이가”…‘도 넘는 제 식구 감싸기’

▲ 한국공항공사 전경.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한국공항공사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제 식구 감싸기’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른바 ‘항피아’로 논란이다.


한국공항공사 용역업체 대다수의 현장대리인이 공사 출신으로 나타났고, 총계약액 100억원 이상 12개 업체의 현장 대리인은 모두 공사출신으로 자리했다는 것.


공사 출신 직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데에는 공사가 위탁용역업체 총괄책임자 및 현장대리인 자격에 ‘공항근무경력 10년 이상’이라는 조항을 넣어 공사 출신이 채용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이 조직적 비위 사건이 적발됐지만 공사가 이를 전혀 감시하지 못하면서 내부 비리 적발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공항공사의 ‘항피아’ 논란을 살펴봤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부터 용역업체 입찰관련 문제까지 그동안 공항공사에 만연했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공사 따려면, ‘퇴직자 출신 앉혀야’


한국공항공사 서울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김포공항의 16개 용역업체중 12개 업체 현장대리인이 공사 출신 퇴직자로 밝혀지면서 과도한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업무 중요성으로 인해 공사 본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김포와 제주, 김해공항 보안검색과 특수경비 위탁관리 용역 업체 6개 업체 모두 공사 출신 현장대리인을 채용하고, 총 계약금 100억원 이상인 12개 업체 현장대리인 모두 공사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공사 출신 퇴직자들이 용역업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공사의 ‘공항근무경력 10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항이 스스로 ‘항피아’를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은 “관피아, 철피아에 이어 항피아까지 등장했다”며 “한국공항공사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이 속칭 ○피아를 개혁해야 사회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출신 아니면 위탁업무 어려워…“채용 압박 하기도”


국감 “내부 감시시스템 부재” 지적…자금운영효율성 미비


공사의 ‘항피아’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공사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항피아 논란에 대해 지난 8월, 퇴직자의 협력업체 현장대리인 재취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항공사 서울본부가 지난해 12월 김포공항 청소용역업체 입찰과정에서 공사 출신 퇴직자 고용을 사실상 강제, 공고하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일부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유사용역업체를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사는 공항의 보안검색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배점기준을 일부 업체에 유리하도록 산정했다는 것.


공사의 심사기준을 보면 동등이상 용역을 행한 업체의 경우 A등급일 때 35점 만점을 획득할 수 있지만 유사용역을 행한 업체의 경우 A등급을 받아도 10.5점의 점수밖에 획득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는 전문성이 강조되는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임종성 의원은 “유사용역업체가 최고점을 받아도 80.25에 불과한 것은 사실상 유사용역업체의 낙찰을 사전 봉쇄한 것으로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부시스템’ 부재 발목 잡나


한국공항공사의 기강해이와 업무태만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임종성 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공사 직원들의 비리가 연이어 발생하는 동안 공사 내부에선 이를 적발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 한국공항공사 국정

대표적으로 EOD팀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훈련물품 구매비 사적유용’ 사건을 비롯해 직원이 납품업자에게 금품을 수수하고 계약서와 다른 장비를 납품받은 보안검색 X-Ray장비 부정 납품 사건, 최근 적발된 외화 밀반출 일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이를 도운 사건 등 공사 내 비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더욱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들 비리사건이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6년 동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내부에서는 전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공사는 이러한 비위행위를 예방하고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만 일련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동안 전혀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임 의원은 “한국공항공사 조직 전체가 기강해이를 넘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공사를 정상화 시키려면 조직 전반에 대한 진단과 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못받은 임대료 수익 ‘어떻게’


공사는 못받은 임대료 체납 금액도 4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업체로부터 30억원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공공기관으로부터 14억원의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


공사가 국가 공공기관에 임대하고 받지 못한 체납한 규모는 13억7700만원. 이중 연체료만 7600만원이다. 관체청 소속 제주세관이 5억3600만원, 김포세관 2억2600만원, 청주세관이 5300만원을 체납했으며 법무부 소속 김포출입국관리사무소 1억9800만원 임대료를 미납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국민의 자산인 한국공항공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서 임대료 체납액 관리가 중요하다”며 “민간업체의 경우에는 개인 소유주의 보증금 유용 등을 막기 위해 기존의 체납관리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 및 활용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금운용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안규백 의원은 “한국공항공사가 약 8000억원 수준의 유동자산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전담 조직이 아닌 내부 재무 회계부서에서 이를 수행하고 있다”며 “자금운용 전담 조직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공항공사 등 항공 관련 업체가 특수 분야란 명목으로 자사 퇴직자 등에게 유리한 조건을 하청을 주고, 그에 따른 항피아가 형성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정 경쟁 자체도 사라지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비위 사건이 끊이질 않고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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