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부정 입학' 댓가 의혹...."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지난 19일 사퇴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최경희(54) 이화여대 총장이 끝내 사퇴했다.


앞서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하 평단사업)인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논란에 휘말린 최 전 총장은 최근 최순실(60·최서원 개명) 씨 딸인 정유라 씨의 입시 의혹까지 추가되며 이화여대 학생과 교수들의 고강도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사퇴했다.


이처럼 이화여대에서 현직 총장이 퇴진 요구에 밀려 중도 불명예 퇴진한 것은 개교 이후 130년 간 처음 일어난 일이다.


최 전 총장, ‘최순실 게이트’ 의혹 전면 부인


교육부의 평단사업에 참여하며 추진된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계획에 학생들이 반대, 지난 7월 28일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가면서 이화여대와 최 전 총장의 위기는 찾아왔다.


당시 최 전 총장은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학내에 무려 1600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하는 등 총장과 학교, 경찰까지 ‘과잉진압’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후 최 전 총장은 일주일 만에 사업 철회를 선언했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끝까지 요구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고 이날까지 총 84일째 농성을 이어왔다. 학생들은 최 전 총장의 ‘불통’을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이화여대는 정치권에서 이른바 ‘비선 실세’로 지목한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20) 씨가 학칙 개정을 통해 ‘승마’ 과목 체육특기생으로 부정 입학했고, 수업 출석 상황이 부실함에도 학점을 원활히 취득하는 등 학사관리 면에서도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학교 측이 나서 입학 과정 중 면접위원들에게 정 씨를 선발할 것을 지시했고 입학 이후지난 5월부터 무려 15개 대회에 출전하는 등 바쁜 일정상 출석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학점 취득이 가능하도록 학칙을 개정했다는 내용 등의 의혹이 이어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화여대가 평단사업 등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몰아받게 된 배경에 정 씨의 부정 입학이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게다가 정씨 입학 관련 의혹에는 최 전 총장뿐 아니라 측근인 교수들까지 연루됐다.


이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가 이화여대에 1억원을 기부하고, 최 전 총장은 김 대표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대회를 계획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정권 실세들의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이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 학생들, “최 전 총장의 ‘불통’이 문제”


최 전 총장은 이 같은 의혹 해명을 위해 지난 17일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설명회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교수협의회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19일 오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는 등 오히려 사퇴 압박이 커지자 최 전 총장은 결국 사퇴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 19일 교수와 교직원들에게 e메일을 통해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시위가 그치지 않고 최근 의혹들까지 난무하면서 이화의 구성원들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분열이 아닌 화합과 신뢰로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사퇴를 결정했다”면서도 “입시와 학사 관리에 특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정씨 관련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이 같은 최 전 총장의 해명에도 의혹은 여전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씨에 대한 입학과 학사관리에 대한 특혜가 구체적으로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학과 교육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업 8개 중 이화여대가 7개 사업을 차지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정황이 드러난 만큼 감사 대상에 교육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교육부 평단사업과 최순실 게이트 의혹 등 큰 혼란에 빠진 이화여대에서 현직 총장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오히려 관련 의혹 해소에 대한 실마리가 미궁에 빠지면서 당분간 진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