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지난 28일 ‘정세균 사퇴 관철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국정감사 복귀 발언을 했으나, 당내 지도부를 비롯한 다수의 의원들이 사전 협의 없었던 얘기라며 긴급의원총회를 개최, 당론을 번복했다. 한 유행가 가사처럼 새누리당은 복귀했다 다시 보이콧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했으며 이 대표는 한 순간에 새가 됐다.


새누리는 야당이 지난 24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처리에 항의, 26일부터 열린 국감 일정을 보이콧 해왔다. 단식 투쟁 사흘째던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를 통해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 달라”고 하는 동시에 “제가 끝까지 남아 정 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단식하겠다”며 새누리 일각에서 제기된 이른바 ‘투 트랙’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 직후 정진석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를 위시한 다수 새누리 의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 앞서 개최된 의총에서 국감 복귀를 요청하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죽어도 당론을 따를 수 없다면 무소속 정치를 하는 게 옳다”며 윽박지르기 까지 한 상태였다.


그는 ‘결의대회’ 직후 ‘이 대표와 국감복귀 사전 상의가 없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국감복귀 여부는 의총에서) 논의해 봐야 한다”며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전혀 상의가 안됐다”면서 “의총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정진석 “이 대표와 ‘국감복귀’ 사전 상의 없었다”…새누리 긴급 의총 개최


결국 이 대표의 국정감사 복귀 돌발 선언이 이뤄진 ‘결의대회’ 직후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정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이 대표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국감 일정의 권한은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에 4선 나경원 의원, 재선 하태경 의원 등이 손을 들어 이 대표 의견에 찬성을 표하자 정 원내대표는 “그럼 내일 (국감에) 들어가라”고 다소 신경질적인 언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의총에 자리했던 한 의원은 현장분위기에 대해 “손을 든 의원들이 당의 결정에서 이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다들 이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 원내대표가 강하게 나와서 의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싸늘해진 가운데서도 정병국 의원 등은 “가급적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공개발언에 나섰다고 한다.


반면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은 “복귀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정 원내대표의 강경론에 찬성하는 다수의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강성친박계 의원들은 전일 국감에 복귀하려던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겨냥, “가만두지 않겠다”며 강경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새누리 입장번복, ‘이랬다가 저랬다가’


새누리당의 이날 오후 입장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했다. “국감 거부 단일대오 유지”(오후 2~3시 의총)→“내일부터 국감 복귀”(오후 3~4시 이정현 대표 발언)→“국감 복귀 번복 및 릴레이 동조 단식”(오후 4~7시 의총)으로, 당론이 일치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고 있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공개 의총 이후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의 눈물겨운 충정은 이해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요청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의 비상대책위원회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동조 단식을 하기로 했다”며 새누리의 투쟁 강도가 더욱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새누리는 29일부터 재선의원 20여명이 매일 아침 정세균 국회의장의 출근 시간에 맞춘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 항의방문을 하는 등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도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의 사퇴없는 국정감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당 내부, “이 대표 단일대오 흐트려…”


박명재 사무총장은 의총에 불참한 이 대표가 당대표실에서 의총 결과를 전해들은 후 “정세균 의장에 대한 의원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알겠다”며 해당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사태는 일단 국감 보이콧 방침을 유지하기로 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렸다는 불만이 나왔다. 사전 의견 합치가 안 된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투 톱’ 공조에 금이 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대혼란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나중에 당 대표에 대한 책임 문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이 대표로서는 당원 집회가 열린 오늘밖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상황이 없었다고 본다”면서도 “이 대표는 오늘 발언으로 멋있었는지 몰라도, 그렇게 사람들 모아놓고(규탄집회), 내일 규탄 신문광고도 내는 마당에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밖에서 보기엔 당대표 제안이 의원들에 의해 거부됐으니 콩가루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단식투쟁 선언 때에도 당내 의견을 충분히 묻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한 의원도 “이 대표의 결정은 독단적이었다”며 “투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타이밍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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