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국회의장 출근 시간에 맞춰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야권의 공조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자 국정감사 거부와 함께 당 대표 단식투쟁에 돌입한 집권여당의 단일대오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전날(27일)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국방위 개의를 표명하자, 국방위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설득에 나서 국방위 국감은 무산됐으나, 김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쟁도 좋고, 다 좋지만 동료의원의 목숨이 더 소중하지 않느냐”며 “지금이라도 이정현 대표가 단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이한 일이다. 당 대표든 누구든 단식을 하면 옆에서 말려야 되는 것 아닌 가”라며 “‘그분은 한다면 하는 분이고, 진정성 있는 분이어서 끝까지 갈 것’이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며 이 대표의 단식투쟁을 옹호하고 있는 의원들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치생명을 잃든지 아니면 이 대표가 목숨을 잃든지’라는 표현까지 나왔는데, 정말 이건 아니다”라며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 국회의 일정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닌 의무”라며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 그게 기본인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라며 국방위 국감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하태경 의원, "국감 거부는 모순"


하태경 의원도 이날 국감 보이콧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회주의를 지키자면서 국감을 거부하는 것은 회사를 살리자면서 파업하는 것과 같이 모순”이라며 “정세균 의회주의 파괴에 계속 싸워야겠지만 그 수단으로 의회주의를 내평개치는 국감 거부를 지속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감과 정세균 규탄은 분리해서 투 트랙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강석호 의원…국감 복귀 가능성 시사


강석호 최고위원도 국감 복귀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제일 큰 목적은 (정 의장의) 사퇴지만, 우리가 대화를 하고, 의장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나온다면 우리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파행을 겪고 있는 현 정국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음을 드러냈다.


강 최고위원은 “우리가 단호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 의장이 개회사 때 중립성을 심하게 훼손하고 이번에도 국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막가파식, 일방적으로 법을 무시하는 그런 사회권 행태”라면서도, “우리 최고위원들도 사실은 겉으로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안하지만, 많은 의원들도 아마 그런 방법(국감 복귀)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공감은 하고 있다”며 당내에서도 국감 복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어 “조만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고 우려를 안 하게 될 좋은 방법이 안 나오겠는가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승민 의원, “국감에 들어가는 게 맞다”


유승민 의원 역시 국감 보이콧 철회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단식투쟁은 당 대표의 결단이니까, 그건 계속 하더라도 다른 의원들은 국감에 들어가는 게 맞다”면서 “당 지도부가 국감을 바로 수행하는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 의원은 “(김영우 의원이)국감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수는 여전히 강경한 분위기인데 일부 소수가 (국감을)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필리밥스터’ 창시자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그토록 지켜야 하는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단일대오를 지켜주길 호소 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바람과 달리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의회주의를 내평개치는 국감 보이콧이 계속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 진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다. 집권여당은 민생·경제·안보 등 국정을 주도해야 하는 무한 책임이 있다.


문제는 그런 집권여당이 주어진 소임과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회의 1년 농사로 표현되는 국감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당내 친박 강경파들과 달리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집권여당에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다. 야권과 입법부의 수장을 향한 집권여당의 결기는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 이제는 집권여당이 휘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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