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을 놓고 여야는 양보 없는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이는 내년 대선을 위해 양측 모두 기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선 제압에 실패 할 경우 이번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대선 국면까지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여야 양측 모두를 엄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與, 기선제압 위해선 ‘보이콧’도 불사


새누리당이 지난 25일 정기국회 파행을 불사한 국정감사 등 의사일정 거부 검토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에서의 패배가 현 정부 레임덕으로 직행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야당이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수를 내세워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것 자체가 ‘대통령 흔들기’의도가 깔렸다고 본 것이다.


이정현 대표가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거짓 의혹으로 결국 대통령을 쓰러뜨려 레임덕으로 국정 혼란을 일으키고, 이를 핑계로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이날 심야 의원총회를 통해 “(더민주는 대통령) 탄핵까지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도 비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해임 건의안 처리를 신호탄으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여기서 흐름을 끊지 않으면 현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금보다 야당에 더 밀릴 경우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의 공식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기 전까지 여권의 리더십 공백이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정세균 같은 사람이 국회의장에 있는 한 국정감사는 정부·여당은 물론 국민을 상대로 한 야당의 ‘갑질’ 자리가 될 게 뻔하다”면서 “(국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매우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음에도 ‘국감 보이콧’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당 관계자는 “집권당이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할 경우 국정을 내팽겨쳤다는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고, 보이콧을 먼저 거론하면 야당에 단독 국감 진행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우선 26일 국감에는 불참하되 여론의 흐름을 살피며 이틀의 기한 정도만 시간을 끌다 의사일정에 복귀, 야당과 힘겨루기를 이어가거나 야당의 단독 운영 가능성이 엿보이는 일부 상임위에 한해 참여해 의사일정 진행에 항의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野, ‘보이콧’엔 ‘단독진행’ 맞불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이번 해임안 가결에 공조를 통한 거야의 위세를 드러내고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어 먼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야3당은 26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앞서 새누리당 ‘보이콧’ 카드가 발동하더라도 단독으로 진행키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여소야대 국회라서 야당 단독 운영이 부분적이지만 가능하고, 문화재단 미르·K스포츠 의혹 등 대여(對與) 공격 소재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상임위 18곳 중 10곳의 위원장은 야당 인사다. 상임위 10곳은 새누리당 의원 전원 불참시에도 증인 채택과 상임위 개최 등 국감 일정 진행의 정상적 처리가 가능하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상임위원장이 야당일 경우 정상적으로 국감을 진행하고, 위원장이 새누리당일 경우 새누리당 위원장들과 의원들이 국감에 임하도록 27일까지 기다리자”는 내용을 전했다.


야당이 일부 국감의 단독 진행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잃는 것보다 얻을 것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을 다루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새누리당이 보이콧하면 오히려 야당만으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관계자는 “국감장의 여당 의원석이 텅 빈 모습을 보면 국민이 알아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세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야권의 공세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인하대 홍득표 명예교수는 “야권으로선 현 정권을 조기에 무려고하함으로써 정권 교체의 기회를 잡겠다는 것인데 이게 꼭 야당에 유리한 결과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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