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원 규모…“동결자산 보증금으로 협조융자·채권 可”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영국이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자산 3000억달러(399조4500억원)를 우크라이나에 빌려주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자국 상원에 출석해 “그 돈을 우크라이나 측에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보증금으로 이용해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이나 채권과 같은 것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장관은 “러시아가 전쟁 배상금을 지급할 때 우리가 그 돈을 회수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게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와 관련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의 최고 수준의 단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가 이를 달성할 수 없다면 이 조치를 하려는 동맹국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장관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이 돈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 있다. 그 돈을 사용한다고 해서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이 같은 계획은 과거 EU가 논의한 것보다 더 급진적인 제안이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얻은 이익만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는 것보다 더 강력한 금융 제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종전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얻은 연간 이익은 40억달러(5조3280억원) 수준이다.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이 계획은 EU가 아니라 미국에서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당 계획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구입 예산과 적자 예산을 충당할 자금원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 원조 연장을 막으면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러시아로부터 배상금을 받는다는 전제라,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지적이다. 현재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서다.

한편, G7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국제금융 체제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고 압류할 수 있을 지 1년 넘게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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