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분 교환…콘텐츠·유통 분야 협업 속도
네이버, 영상·유통망 강화…CJ, IP·빅데이터 확보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 네이버와 CJ의 밀월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지분 교환으로 협력의 물꼬를 튼 두 회사는 콘텐츠·유통 분야에 걸쳐 협업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지난 4일 네이버는 자사의 구독형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CJ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CJ ENM과 네이버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지분 맞교환과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양사가 선보이는 첫 협업 사례다.

이번 협업을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3000원을 추가하면 티빙 베이직 이용권, 6000원을 추가해 스탠다드 이용권, 9000원을 추가해 프리미엄 이용권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는 원래 티빙 상품 가격에서 4900원 할인된 수준으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연간 이용자(월 3900원)의 경우 티빙 상품만 구입하는 이용자보다 1년에 1만2000원 저렴한 수준으로 티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티빙의 협력이 양사 모두에게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을 내고 구독하면 네이버 쇼핑 결제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 간편결제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플러스 멤버십이 구독형 서비스인 것에 비해 쇼핑 관련 혜택만 주어지고, 영상 콘텐츠 제공이 없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아왔다.

티빙과의 협력은 플러스 멤버십의 약점으로 꼽혀 왔던 영상 콘텐츠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다. tvN, OCN 등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JTBC와 같은 종합편성채널의 인기작도 티빙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CJ로서도 이득이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를 거느린 CJ는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다만 자본력이 우월한 넷플릭스나 참신한 소재로 입소문을 탄 카카오TV,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는 웨이브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콘텐츠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다수의 화제작을 보유한 네이버 웹툰·웹소설의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할 길이 열렸다. 네이버의 IP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12월 스튜디오드래곤이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을 원작으로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 후 2주 만에 미국 내 넷플릭스 TV쇼 부문 일일 랭킹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양사가 윈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티빙과의 협력을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혜택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에서 (CJ와) 열린 협력과 혜택 고도화를 지속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네이버와 CJ는 유통·물류에서의 협력을 진행 중이다. 2일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협업을 통해 ‘빠른배송’ 서비스를 시범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빠른배송은 네이버의 오픈형 상거래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서 당일 자정까지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서비스다. 라이브 커머스에서 ‘당일배송’ 서비스 역시 실험 중이다.

네이버쇼핑은 국내 온라인 쇼핑 분야 1위지만 자체 배송시스템이 없어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류 1위인 CJ대한통운은 디지털 전환과 쇼핑 관련 빅데이터 확보가 절실했다.

두 회사는 기회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협력을 택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전국 물류망을 이용해 커머스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네이버는 물류망 확충이 충성고객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1월 콘퍼런스 콜에서 “CJ대한통운 풀필먼트(물류업체가 판매 업체의 위탁을 받아 배송과 보관, 교환·환불을 대행) 서비스를 이용 중인 브랜드사들이 구매자에게 빠른 배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구매 리뷰 평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풀필먼트 서비스에 뛰어든 CJ대한통운에게도 네이버와의 협력은 사업 고도화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을 구축했다.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공간이 '택배 터미널'이자 상품을 보관하는 풀필먼트로 기능하며, 센터에 보관할 수 있는 물량은 연간 2600만 상자에 달한다. 하루 평균 처리물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170만개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의 총 일일 택배처리량은 840만개로, 전체 물동량의 20% 이상을 이곳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27.6% 성장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 물동량 증가율(20%)을 훌쩍 뛰어넘었다.

풀필먼트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CJ대한통운에게 필요한 것은 쇼핑 관련 빅데이터다. 성별·연령·지역·날짜·지역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를 분석해야 더욱 효율적인 풀필먼트 체계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라면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등과 같은 네이버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면, 미리 풀필먼트 센터에 라면을 비치해 주문과 동시에 배송을 시작하는 등의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은 풀필먼트 서비스, 네이버는 커머스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시너지 창출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력으로 배송이 부각되고 있고, 이커머스 시장은 택배 물동량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 양사의 협력은 각 사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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