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블 호평 속에 불거진 ‘매각설’…빈그룹·구글·폭스바겐 등 거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대…증권업계 “기업가치 고려 시 매각이 답”
스마트폰, 가전·로봇 등 첨단 IT 기술 제어…매각 보다 축소 가능성

CES2021에서 공개된 LG롤러블 (사진=LG전자)
CES2021에서 공개된 LG롤러블 (사진=LG전자)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LG 롤러블의 매력에 푹 빠졌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최초의 장치가 될 것”(씨넷)

“삼성 갤럭시Z 폴드를 애타게 한다” (엔가젯)

“CES 2021의 시선강탈 제품이 됐다”(탐스가이드)

8초, 시장의 외면을 받던 LG전자 스마트폰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짧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CES2021에서 깜짝 공개된 LG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LG 롤러블에 전 세계 언론은 ‘와(Whoa)’라고 감탄했다. 

그러나 반전이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MC 사업본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MC 사업본부의 운명과는 별개로 혁신 스마트폰 기술에 대한 연구는 이어갈 공산이 크다. 

매각설 ‘솔솔’…빈그룹·구글·폭스바겐·페이스북 등 거론

22일 재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염두에 두고 국내외 다수 기업과 인수의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전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현재 잠재 인수후보로 베트남 빈그룹과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LG전자측은 "수년 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라며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는 베트남 빈그룹은 자국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14%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다. LG전자와 ODM(제조자 개발방식)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리조트를 시작으로 부동산 개발·호텔 관광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다가 최근 자동차·휴대전화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8년에는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빈스마트를 세운 뒤 베트남 시장에서 점유율 3위까지 올라서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력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 영업망 등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호텔관광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유동성이 나빠져 실제 인수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린다지만, 리조트가 주력이라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LG전자가 가진 스마트폰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려할 법 하지만, 가능할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구글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이 나돌 때마다 꾸준히 거론되던 단골이다. LG전자와 합작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넥서스4·5·5X를 잇따라 선보였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해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바일 운영체제에서는 애플의 iOS와 힘께 시장을 양분할 정도지만, 자체 생산한 픽셀폰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경우, 기존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하드웨어 기술력이 더해져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구글은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을 개발 중인데,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세워 전장사업을 가속화하려는 LG전자와 다각적인 협력도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 밖에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l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빌리티, AR(증강현실)·VR(가상현실)과 같은 첨단 IT 기술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이나 폭스바겐 등도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모듈형 스마트폰인 G5 (사진=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인 G5 (사진=LG전자)

‘폼펙터 혁신’에 매달린 5년…23분기 연속 적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은 계절인사처럼 자주 불거진 뉴스였다. 그때마다 LG전자는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긋다가 스마트폰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한 데에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LG전자는 2013년 G3로 분기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한 이래,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론으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데다 품질과 사용자 편의성, 가격 경쟁력 등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타개책은 ‘개성의 부족’에서 찾았다. 그 결과, 스마트폰 전략은 계속 흔들렸다.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네이밍은 연거푸 바뀌었고, 최근에는 갤럭시나 아이폰과 같은 단일 브랜드명을 버렸다. 이름만으로 제품의 특장점이 드러나는 경쟁사와 대조적인 행보였다. 

기기의 혁신에 집중한 점은 LG전자의 뼈아픈 실책이다. 천연가죽커버(G4), 사용자 조립형(G5), 탈착식 보조화면(V50S 듀얼스크린), 오디오 품질(V20), 가로로 돌아가는 디스플레이(LG 윙) 등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선보이는 데 주력했지만 “필요한 기능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에 스마트폰 판매량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3분기 전 세계에서 800만대 팔리며 점유율 2.2%에 머물렀다. 순위로는 세계 9위다. MC 사업본부도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누적 손실이 5조원에 이른다. 

LG전자는 포트폴리오 개선,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되살리려 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삼성전자에게,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기업에게 밀리며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북미·남미 시장에서 중저가 5G 스마트폰의 선전으로 올해 흑자 전환을 내다봤었다. 중남미 시장에는 보급형 모델을, 유럽 등의 시장에는 5G와 새로운 폼팩터를 앞세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 화웨이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까지 밝혔다. 하지만 LG전자 스마트폰은 화웨이의 가성비를 대신하기엔 부족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전자는 사업 전면 재검토와는 별개로 혁신 기술 개발은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가 LG롤러블이다. CES2021에서 공개된 뒤 혁신상까지 수상한 제품이다. 이와 관련, LG그룹 고위관계자는 “롤러블폰에 대한 개발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에 이미 공개한 제품이니만큼 시기는 다소 조정되겠지만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가상인간 '래아'가 LG 씽큐 앱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가상인간 '래아'가 LG 씽큐 앱을 소개하고 있다.

첨단 IT 기술의 중심에 선 스마트폰…‘규모는 축소, 연구는 지속’ 전망 

LG전자가 사업을 유지할지, 대폭 축소할지, 매각할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매각이 최선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략 모델인 벨벳과 윙의 판매 성과가 저조하고, 5G 모멘텀도 정점을 지난 만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축소됐고, 추가 카드가 제한된 상태”라며 “롤러블폰은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기에 충분해 보이지만, 의미있는 판매량과 실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렵다. 기업가치 측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사업부 매각”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영억이익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이 3조5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유진투자증권도 3조8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스마트폰 사업으로 인한 리스크가 준다는 점에서 호재로 판단했지만 업계의 분석은 다르다. loT·5G(5세대 이동통신)·AI(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은 가전·로봇·자동차 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은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전을 제어하거나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씽큐앱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일부만 매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직까지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데다 지난해 4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대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인수자는 가격 부담을 덜고, LG전자는 몸집을 줄여 차후 스마트폰과 관련한 연계사업을 검토할 시간을 벌 수 있기도 하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도 2014년 노키아 휴대전화사업부를 72억달러에 인수했다가 2016년 저가 피처폰 사업부만 폭스콘에 3억5000만달러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

사업을 축소하거나 분할 매각할 경우, 효율성 제고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롤러블과 같은 혁신 기술 연구개발 외 해외 생산라인을 매각하거나 생산자가 일부 기획·개발을 담당하는 ODM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수익성을 개선하면서도 모바일 기술 연구는 이어갈 수 있다. 향후 모바일 기술에 대한 전략적 제휴을 꾀할 수도 있다. 이미 LG전자는 2019년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ODM 비중을 2019년 30% 수준에서 지난해 60%까지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MC 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인력 이동을 진행해 약 3700명으로 몸집을 줄였다. 업계에서는 추후 생활가전이나 TV쪽 또는 LG디스플레이와 같은 주력 계열사로 MC 사업본부 인력을 전환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안팎에서는 ‘60% 이동, 30% 잔류, 10% 희망퇴직’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그룹 고위관계자는 “어떤 경우라도 고용 보장을 하겠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인력이 필요한 사업부로 인력 이동이 있을 순 있지만, LG그룹 내에서 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